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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처음에는 잘 몰랐습니다. 아이가 이름을 불러도 잘 쳐다보지 않으면 '집중하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여러 아이들의 발달 과정을 접하다 보면 어떤 아이는 자연스럽게 부모와 눈을 맞추고, 어떤 아이는 사람보다 물건에 더 오래 집중하는 차이가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작은 차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부모의 시선도 달라집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는 미국에서는 약 36명 중 1명 정도로 보고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약 2~3% 수준의 유병률이 보고된 연구들이 있습니다.

    월령별 신호, 이것만 알아도 다릅니다

    처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의 발달을 숫자로만 보게 되기 쉽습니다. 몇 개월에 뒤집기를 해야 하는지, 몇 개월에 서야 하는지. 그런데 자폐 스펙트럼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있어서는 조금 다른 기준이 필요합니다. 제가 직접 여러 사례를 접하면서 느낀 건, 숫자보다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생후 2개월부터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눈 맞춤입니다. 정상 발달 중인 아이는 이 시기에 엄마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따라볼 수 있습니다. 반면 나중에 자폐로 진단된 아이들의 사례를 보면, 이 시기부터 눈 맞춤이 유독 적거나 불안정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선천성 백내장 같은 눈의 구조적 문제도 원인이 될 수 있어 먼저 확인이 필요하지만, 그런 이상이 없는데도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다면 주의를 기울여볼 만합니다.

     

    3개월이 되면 사회적 미소(social smile)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사회적 미소란 외부 자극 없이도 엄마 얼굴만 보고도 기분이 좋아 웃는 반응을 말합니다. 단순히 웃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에 반응해 웃는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엄마가 웃으면 아이도 따라 웃는, 그 작은 상호작용이 없다면 그것도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6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는 호명 반응이 나타나야 합니다. 호명 반응이란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 소리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는 행동입니다. 제가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애가 귀가 안 들리나" 싶어 청각 검사부터 달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청각에는 이상이 없는데 자기 이름을 불러도 계속하던 일만 한다면, 이는 청각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주의(social attention)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8개월쯤에는 미러링(mirroring)이 가능해집니다. 미러링이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는 모방 능력입니다. 곤지곤지나 짝짜꿍 같은 단순한 동작도 여러 번 반복해서 보여줬는데 아이가 전혀 따라 하지 않는다면, 이는 자폐 스펙트럼의 조기 신호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14~16개월에는 포인팅(pointing), 즉 손가락으로 원하는 것을 가리키는 행동이 본격적으로 나타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가리키느냐의 여부가 아닙니다. 정상 발달 중인 아이는 원하는 물건을 가리키면서 엄마의 눈도 함께 쳐다봅니다. 이것이 공동 주의(joint attention)입니다. 공동 주의란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으로, 사회적 의사소통의 핵심 기반이 됩니다. 반면 자폐 성향이 있는 아이들은 원하는 물건만 계속 바라보거나, 엄마 손을 끌어다 그 물건에 갖다 대는 방식을 씁니다. 이른바 엄마 손을 도구처럼 사용하는 것입니다. 제가 이 대목에서 가장 놀랐는데, 겉보기에는 그냥 원하는 걸 표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호작용이 빠진 행동이라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18개월이 되면 상징 놀이(symbolic play), 즉 역할 놀이가 가능해져야 합니다. 상징 놀이란 실제 물건이나 행동을 다른 것으로 대체해 표현하는 놀이 방식으로, 예를 들어 빈 컵으로 물을 마시는 척하거나 인형에게 젖병을 먹여주는 흉내를 내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시기에도 역할 놀이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면, 자폐 예측 지표 중 상당히 강한 신호로 알려져 있습니다.

    월령별로 살펴봐야 할 핵심 체크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특히 이전에는 사용하던 단어를 갑자기 하지 않거나, 눈맞춤이나 손가락 가리키기 같은 사회적 행동이 줄어드는 '발달 퇴행(regression)'은 반드시 전문 진료가 필요한 신호입니다. 전체 자폐 아동의 약 20~30%에서 이러한 발달 퇴행이 보고됩니다.

    • 2~3개월: 눈맞춤 여부, 사회적 미소
    • 6~12개월: 호명 반응 (이름을 불렀을 때 시선 이동)
    • 8개월: 미러링 (동작 모방)
    • 14~16개월: 포인팅 + 공동 주의 (물건과 엄마를 번갈아 쳐다보는지)
    • 18개월 이후: 상징 놀이 (역할 놀이 가능 여부)

    말이 늦는 것과 자폐, 헷갈리기 쉬운 이유

    자폐 하면 대부분 '말이 늦는 것'부터 떠올리는데, 실제로 말이 늦는 모든 아이가 자폐인 것은 아닙니다. 표현성 언어장애(expressive language disorder)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표현성 언어장애란 말귀를 다 알아듣고 사회적 상호작용도 잘 이루어지는데 유독 언어 표현만 늦게 발달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세 돌 가까이까지 거의 말을 못 하더라도 나중에 정상적으로 따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과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폐는 언어 발달 지연과 함께 사회적 상호작용, 비언어적 의사소통, 그리고 반복적인 상동 행동(stereotyped behavior) 이 같이 나타납니다. 상동 행동이란 특별한 이유 없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말하는데, 손을 눈앞에서 흔들거나 빙글빙글 돌거나 방방 뛰는 행동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런 행동들은 자극을 스스로 찾는 방식으로 해석되며, 자폐 스펙트럼의 두 번째 핵심 특징인 행동 패턴의 제한성과 반복성에 포함됩니다.

     

    제가 직접 여러 사례를 접하면서 느낀 건, 부모들이 한 가지 증상에만 집착하다가 정작 중요한 신호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성격이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라서 혼자 잘 논다고 안심하거나, 반대로 눈 맞춤만 되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중요한 것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영역을 종합적으로 보는 시각입니다.

     

    국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병률은 약 2.64%로 보고된 바 있으며, 이는 전 세계 기준보다 높은 수치입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이처럼 유병률이 높아지는 만큼 조기 발견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만 2세 이전에 조기 개입을 시작한 아이들이 언어 기능과 사회성 발달에서 유의미하게 더 나은 예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미국소아과학회(AAP)).

     

    스스로 아이의 발달이 걱정될 때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는 M-CHAT-R/F(Modified Checklist for Autism in Toddlers, Revised with Follow-Up)이 있습니다. M-CHAT-R/F란 생후 16개월에서 30개월 사이 영아를 대상으로 자폐 고위험군을 선별하기 위해 개발된 표준화 선별 검사입니다. 한국어 버전으로도 제공되며 10~15분 내로 완료할 수 있어 부모가 직접 해볼 수 있습니다. 결과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권장됩니다.

    결과적으로 아이 발달에 대한 걱정이 생겼을 때 가장 나쁜 선택은 혼자 결론을 내리거나 반대로 아무것도 안 하며 기다리는 것입니다. 월령별 신호를 알고 꾸준히 관찰하되,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면 소아과 전문의나 발달 전문가에게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자폐 스펙트럼은 부모의 양육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 아닙니다. 또한 아이마다 증상의 정도도 매우 다양합니다. 중요한 것은 혼자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고 필요한 시기에 전문가의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조기 발견과 조기 중재는 아이의 언어와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아이의 발달에 대한 우려가 있으시면 반드시 소아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watch?v=qZFvgYiPaRE